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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생각이지만 같지 않은 생각
같은 생각이지만 같지 않은 생각
생각한다는 말을 나타내는 한자에는 상(想), 사(思), 고(考), 념(念), 려(慮)가 있다.
이런 한자어가 조합되어 다양한 생각의 형태나 속성을 다른 생각과 구분하여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사상(思想), 사고(思考), 상념(想念), 고려(考慮), 염려(念慮), 사려(思慮), 사념(思念) 등과 같이 생각을 뜻하는 한자어들이 또 다른 생각을 뜻하는 한자어와 어울려 다양한 생각을 표현하다.
우선 생각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 ‘상(想)’을 보자. ‘상(想)’은 퍼뜩 떠오른 생각이다.
상(想)은 이미지(相)로 떠오른 생각이다.
그래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상기(想起)라 하고, 이 것 저 것이 떠오르면 연상(聯想)이라 하며, 상상(想像)은 이미지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면 상념(想念)이 되고, 두 가지 이상의 생각이 하나로 합쳐져 일어나는 생각은 이연연상(二連聯想: Bisociation)이 되고, 퍼뜩 떠오른 생각을 신중하게 정리하면 사상(思想)이 된다.
두 번째, ‘사(思)’는 곰곰이 따져보는 생각이다.
사유(思惟)나 사색(思索)이 그 말이다. 한자에서 생각 사(思)자는 머리와 가슴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밭 전(田)자가 두뇌나 숨골을 뜻하는 이성이고, 마음 심(心)은 감성이다.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따져보면서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생각은 머리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주로 머리로 하는 논리적 사고를 가르쳐왔다. 따뜻한 가슴이 동반되지 않는 차가운 논리적 사유가 만들어낼 수 있는 많은 역기능을 생각 ‘사(思)’에서 배울 수 있다. 뭔가 잘 못을 해서 반성하라고 할 때 가슴에 두 손을 얻고 생각하라고 하지 머리에 두 손을 얻고 생각하라고 하지 않는다. 상대의 아픔을 생각하거나 상대를 진정으로 배려하는 생각은 머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사고(思考)하지 않는 사람들이 심각한 사고(事故)를 당하는 이유도 곰곰이 조목조목 따져보는 사고(思考)를 하지 않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사고(事故)를 당하는 것이다.
‘고(考)'는 과거의 것을 거슬러 따져 곰곰이 생각한다는 의미다.
서로 견주어 고찰한다는 '’상고(相考)‘하다와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도움이 될만 한 재료를 찾는 다는 ’참고(參考)‘하다' 는 단어를 보면 곰곰이 생각하는 ’고(考)‘의 쓰임새를 알 수 있다. 고려(考慮)해보고 고찰(考察)해본다는 의미가 바로 다양한 대안을 면밀히 따져보면서 곰곰이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민(苦悶)만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고독(孤獨)한 사고(思考)가 심각한 사고(事故)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저런 자료를 참고(參考)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고려(考慮)해보고 고찰(考察)해보는 가운데 새로운 통찰(洞察)이 따라올 수 있다.
‘념(念)’은 맴돌아 떠나지 않는 생각 또는 머릿속에 머금어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염두(念頭)에 두기는 해도 상두(想頭)나 사두(思頭)에 두지 않는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으면 상념(想念)이 되고, 이런 저런 잡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으면 잡념(雜念)이 되며, 떠나지 않는 생각이 바람이 될 때 염원(念願)이 된다.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보다 ‘기념(紀念)’될 만한 일을 성취하는 사람, ‘개념(槪念)’ 없는 사람보다 ‘집념(執念)’으로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 ‘상념(想念)’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보다 신념(信念)’으로 꿈을 향해 매진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어 나간다. 이런 말에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시사점은 ‘념(念)’의 앞에 어떤 글자가 오는지에 따라 그냥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생각을 의미하는 상념(想念)의 수준을 넘어 기념(紀念)과 신념(信念)과 집념(執念)이 되고 개념(槪念)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려(慮)’는 호랑이(虎)가 올라탄 듯 짓누르는 생각이다.
우려(憂慮)와 염려(念慮)를 보면 뭔가 걱정이 되고 마음이 편치 않은 생각을 말하고 있다. 우려(憂慮)가 있을 때 사려(思慮) 깊게 행동해야지 염려(念慮)만 하고 가볍게 행동하면 안 된다. 남게 도움은 안 되고 늘 걱정만 끼치는, 심려(心慮)만 끼치는 사람은 염려(念慮) 수준을 넘어서 심히 우려(憂慮)가 되는 사람이다. 우려가 도를 넘으면 우스꽝스럽다 못해 우매(愚昧)한 사람으로 전락하며, 우매한 사람이 되면 다시 우수(優秀)함을 회복하는 데에는 수많은 세월이 걸린다. 심려(心慮)보다는 격려(激勵), 우려(憂慮)보다는 우직(愚直)함이 사람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준다.
생각은 종류에 따라 성질이 다르므로 어휘에서도 뒤섞이지 않는다.
사려(思慮)는 깊어야 하나 염려(念慮)나 상념(想念)은 깊으면 못 쓴다.
사려 깊은 생각이 한시대의 획을 긋는 사상을 낳을 수 있고 그런 사상을 이룩한 사람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색과 사유의 창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사상(思想)은 따져서 한 생각이 어떤 체계를 갖춘 생각이다.
단순한 상념(想念) 수준을 벗어나 곰곰이 생각하면서 비장한 각오를 불러오는 사념(思念)으로 발전할 때 많은 사람들의 골머리 아픈 염려(念慮)와 우려(憂慮)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다.
같은 생각이되 같지가 않다. 누구나 생각을 하지만 생각다운 생각을 하기가 어려운 세상, 제대로 된 생각 좀 하며 삽시다.
이글은 정민(2007), [스승의 옥편], <마음의 얼룩> 부분과 기타 정민 교수님의 홈페이지 글, 그리고 삶의 에세이 블로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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