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들어가며
숲해설가로서 첫 시작의 설렘은 숲에 대한 숲삭임으로 시작한다. 숲이라는 말이 수풀에서 나왔듯이 숲의 주인이자 구성원은 이미 숲에 살고 있는 동물, 나무, 풀 그리고 바람 등이다. 그래서 손님으로서 숲에 들어갈 때는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할 때처럼,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작은 행동이지만 우리가 자연의 일부이며, 그들을 존중한다는 작은 마음의 표시다. 또한 숲의 방문을 알리고, 그 공간과 생명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숲의 땅속에는 많은 미생물이 산다. 작은 스푼 크기인 1 그램에 약 10억 마리의 미생물이 들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걸을 때 한 발을 드는 것은 우리의 의지일 수 있지만 수많은 미생물이 발을 밀어 올리기 때문이라는 재미있는 얘기도 있다. 단순한 걷기 동작조차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생명체와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불 수 있다. 땅속 미생물은 토양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뿌리에 사는 근균(根菌, mycorrhiza)은 식물의 뿌리와 균류가 긴밀히 결합하여 공생관계를 맺고, 헛뿌리와 같은 역할을 하며 식물 뿌리보다 더 길게 땅속으로 뻗어 식물에 필요한 질소 등 양분을 흡수하도록 도와준다.
숲속의 생명들은 환경에 대해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현재 위치에서 뿌리를 깊게 내려, 생존하는데 모든 것을 건다. 척박한 바위에도, 또는 바위를 반으로 가르며 자라기도 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노력보다는 환경을 먼저 탓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생각해 필요가 있다. 그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극복하는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숲은 어떻게 세상 이야기를 전해 들을까? 동요 겨울나무는 숲속의 상황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 평생을 살아 봐도 늘 한자리 /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 꽃 피는 봄 여름 생각하면서 /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나무는 고요하고 외로운 겨울을 참아내며, 바람과 함께 휘파람을 불며 고요한 힘, 혼자 있는 힘을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나무는 세상의 얘기를 바람을 통해 듣고, 추운 계절이지만 꽃이 피는 봄과 여름을 생각하며 휘파람으로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 어려울 때지만 희망을 가지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숲에서 우리는 자주 나무가 바람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윤동주 시인의 시 <나무>를 보면 그것이 전부는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는 나무가 춤을 추면 그 춤에 반응해 바람이 불어오고, 나무가 잠잠해지면 바람도 고요해진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는 바람이 자신을 흔들기를 무작정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흔들리며 힘을 내야 한다는 은유로 볼 수 있다. 즉, 스스로 움직임을 만들어 내면 그 움직임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살아있는 것들이다. 생명을 잃은 나무의 가지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미 굳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연한 갈대는 바람이 불 때마다 자신의 몸을 바람에 신뢰하며 맡긴다. 진주는 상처를 인내하면서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네잎클로버도 마찬가지다.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저서, 풀들의 전략을 보면 네잎클로버의 행운은 아일랜드의 신부인 성 패트릭(Saint Patrick)이 클로버의 세 잎을 사랑, 희망, 신앙의 3위 1체에 비유했고, 네 번째 잎을 행운, 보호의 상징이라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네잎클로버가 생기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생장점이 상처를 입는 데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받은 상처는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실패는 도전했다는 흔적이다.
숲을 걷다 만난 나무 친구들
먼저 만난 친구들은 참나무 6형제다.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다. 참나무(도토리나무)가 많은 이유는 재미있게도 다람쥐 덕분이다.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기 전에 먹어야 하는데 한 마리당 100개 이상의 도토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 저기 숨겨놓다 보니 찾지 못한 도토리에서 참나무가 자란다. 누군가는 바보라고 하고, 숲을 키우는 작은 정원사라고도 부른다.
상수리 나무는 임진왜란 당시 피란 중이던 선조 임금이 수라상에 이 나무의 도토리를 묵으로 만들어 올렸다고 해서 유래한 이름이다. 잎이 가장 뾰족하다. 잎 둘레에 바늘모양의 톱니가 있는게 특징이다. 굴참나무는 나무에 골이 있어 골참나무라고 부르던 것이 굴참나무가 됐다. 상수리 잎고 비슷하지만 상수리 잎처럼 뾰족하지는 않다. 잎 뒷면이 회백색이다.
떡갈나무는 떡을 찌거나 싸서 보관한데서 유래했다. 잎은 널찍하고 잎 자루는 거의 없거나 짧다. 떡갈나무 껍질만 떼어낸 뒤 물에 우려내면 물이 붉게 변하는데 이걸 그물에 칠하면 쉽게 썩지 않아서 과거에 어부들에겐 필수품. 잎엔 후라보노이드와 탄닌, 카페인이 들어있으며, 잎을 물에 적셔서 냉장고에 넣으면 악취를 제거하는데 활용. 민속학자는 '시루떡을 해먹을 때 밑에 널찍한 나뭇잎을 깔았다고 한데서 유래했다는 얘기를 한다.가장 먼저 도토리를 떨궈내는
부지런한 나무다.
신갈나무는 예전 짚신을 신고 다닐 때 이파리를 깔아 신고 다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갈참나무는 늦가을까지 달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나무라고 한다. 잎자루가 참나무 중에서 제일 길다. 졸참나무는 졸병참나무, 즉 도토리와 잎이 올망졸망 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 번째, 생명력이 강한 칡이다. 나무는 광합성을 하면 탄수화물을 녹말 형태로 뿌리에 저장한다. 칡뿌리는 먹을 것이 없어 배고파하던 시절 요긴한 구황 식량이었다. 번식력이 좋아 유해 식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줄기는 묶을 때 사용하고 칡 줄기는 삶아 옷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다. 우리가 말하는 갈등이라는 단어는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면서 자라는 모습을 보고 만들어진 말이다. 칡은 왼쪽으로 감기며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기며 올라간다. 칡은 나무가 아닌 풀로 오해할 수 있지만 엄연히 나무다. 나무의 특징은 부름켜가 있어 부피 성장을 한다. 옆으로 두꺼워진다는 것이다. 대나무는 나무로 분류되지 않고 볏과의 풀로 분류된다. 성장점이 마디에 있어 키만 클 뿐 부피가 늘어나지 않는다. 명아주라는 풀은 나무처럼 성장하다가 1년이면 죽는데, 청려장(靑藜杖)이라고 해서 지팡이 재료로 쓰는 풀이다. 가볍기 때문에 기력이 약한 노인분들이 들고 다니기에 좋다. 칡은 낮에는 잎을 위로 해고 잠을 자고, 밤에는 잎을 아래로 해서 잠을 자는 잠꾸러기 식물이다. 잎이 잎바늘 구조로 되어 있어 깨어있는 시간에 효율적인 광합성을 한다.
세 번째, 산벚나무다. 산벚나무는 높은 산지에서 자라는 벚나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왕벚나무와 달리 잎과 꽃이 거의 같이 핀다. 도심의 벚꽃 축제 때 주로 보는 나무는 왕벚나무로 꽃이 먼저 핀다. 산벚나무는 속이 잘 썩지 않고 옹이가 없어 팔만대장경판의 65% 정도를 이 산벚나무로 만들었다. 벚나무의 수명은 통상 사람과 비슷하다. 꽃을 한 번에 피우려고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잎은 곤충의 공격을 쉽게 받다 보니 잎 자루에 꿀샘(밀선)을 갖고 있다. 이 안에는 꿀이 들어 있는데, 이 꿀을 먹기 위해 개미가 몰려들고, 개미 덕분에 잎을 먹는 벌레의 접근이 쉽지 않다. 서로 공생하는 것이다.
네 번째, 팥배나무다. 팥배나무는 파란 열매였다가 붉은색으로 익는다. 팥빙수에 들어가는 팥하고 비슷하고, 배나무 꽃과 닮았다고 해서 밭배나무라 부른다. 나무의 열매는 겨울 새들의 요긴한 먹이가 된다. 열매가 붉은 이유는 새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전술로, 새들이 먹고 배설하는 과정에서 널리 퍼트려지는 것이다. 새들 입장에서 볼 때, 먹기 알맞은 크기로, 눈에 띄는 빨간색으로 진화한 것이다. 통상 열매가 덜 익은 상태에서는 숲의 색깔과 비슷한 푸른색을 띠고, 떫은맛이 나게 해서 익기 전에 먹이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다섯 번째, 작살나무다. 나무의 잎자루와 꽃자루가 한곳에서 붙어서 나면 작살나무고, 조금 떨어져 있으면 좀작살나무다. 좀이란 말은 작다는 뜻이다. 작살나무의 이름은 줄기가 물고기를 잡는 기구인 작살처럼 갈라진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가지의 끝이 세 갈래씩 갈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가을이 되면 꽃이 달렸던 자리에 연보랏빛 깨알 같은 작은 꽃을 얼굴을 내밀고 나중에는 보라색 열매로 익어간다. 옹기종기 구슬처럼 모여 있는 것이 마치 사이좋은 형제자매같다. 다투거나 하지 않고 욕심도 부리지 않으며 새의 선택을 기다린다.
숲을 나오며
프랑스 작가인 샤토브리앙은 숲과 문명의 관계를 “문명 앞에 숲이 있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는 말을 했다. 숲과 자연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훼손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되새기게 하는 말이다. 샤토브리앙의 말처럼, 문명만 강조하다 보면 숲이 사라진다.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지고 결국에는 사람도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숲과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야 한다. 숲과 자연은 단순히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생명체들이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는 필수적인 공간이자, 지구의 심장이자 허파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인식하고 숲을 보호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숲에 들어갈 때와 나오는 사이에 흘러간 것은 사람의 시간만이 아니다. 그 사이에 만난 나무와 풀은 다른 속도로 흐르는 시간과 변화를 맞이했을 것이다. 삶의 길이만 다를 뿐 지구에서 한 주기를 살다가는 생명들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애틋하다.
강연문의 : 010-8949-4937
이메일 : limcd2002@naver.com
강사소개
상담학박사, 숲생태심리학자, 키친가든 작가, 스토리 마이너, 국가기술자격(수목치료기술자, 조경기능사, 이용사), 숲해설가, 숲사랑지도원, 직업상담사(실기 진행중), 도시농업관리사, 공인중개사, 사회복지사(1급), 요양보호사(1급), 바리스타, 부동산공경매사, 청소년지도사, 심리상담사, 노인심리상담사, 긍정심리학전문강사, 재무설계사(AFPK), 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여신심사역, 신용관리사(국가공인), 경영지도사(마케팅), TOEIC 885점, 평생교육사, 창업지도사(삼일회계법인),매일경제, 동아일보 등 200여 편 기고, 저서(SNS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성공을 부르는 SNS 마케팅, 단 하나의 질문,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팬데믹 시대, 멈춰진 시간들의 의미)등
강의분야
경영학개론/조직심리학/심리학개론/마케팅원론/ 소비자행동론/귀농귀촌의 이해/농업법률/실전 농지 & 농가 구입 실패 사례/ 로컬푸드와 생명으로 돌아가기/숲치유/산림치유/ 농촌관광/MZ세대 슬기로운 직장생활/은퇴 후 자아 통합감 찾기/퍼스널 브랜딩/브랜드 정체성과 조직시민행동/협동조합 이해와 정체성/사회적 경제의 이해/청소년 진로탐색/앱을 활용한 스마트 워킹/SNS 홍보 마케팅/바로 써먹는 심리학/ 노인심리상담의 이해/부동산 재테크(실천)/부동산 공경매/ 농업세무/재무설계/공무원 및 일반인 은퇴설계/써드 에이지 노후 준비/재미있는 나무 이야기/숲해설 기법/화가 고흐 인문학/식탁위의 인문학/음식과건강/숲해설 방법 등
강사약력
농식품부 귀농귀촌전문강사, 농식품교육문화정보원 영농네비게이터, 의왕시 바르게살기협의회 부회장, 現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現 강원종합뉴스 논설위원,現 한국키르기스스탄 협력위원회 농림분과 위원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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