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포함해 이 시점 살아있는 동식물은 최고의 생존 고수라 할 수 있다. 생명의 탄생 순간부터 지금까지 유전자의 전달자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유지해왔다는 것은 운도 작용했겠지만, 강한 유전자를 갖고 생존전략을 잘 세우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받은 존재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이러한 자부심은 사람만의 몫은 아닌 듯싶다. 바로 잡초(Weed)가 전략과 노력면에서 단연코 최고라 생각한다.
잡초는 지천으로 널린 모습에서 강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약한 존재라고 한다. 양이 질을 결정한다는 말처럼, 다량의 번식으로 약한 단점을 보강하며 살고 있다.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잡초를 원하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라고 정의한다. 유럽 잡초 과학 협회에서는 균류를 제외하고 인간의 목적이나 요구에 방해가 되는 식물을 잡초라고 부르고 있다. 한 마디로 흩어진 공간에 서식과 확산에 성공한 식물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잡초가 성공적으로 생존하는 데 있어 특이한 성질은 발아 능력이나 다양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종자의 특성, 빠른 성장 속도, 자체 호환성이나 교차 수분 능력과 환경적인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다. 잡초의 한자 섞일 잡(雜)이 들어갔다고 해서 이것저것, 섞여 있는 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다양한 구색을 갖춘 풀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듯싶다.
이스케이프 잡초(Escape weeds)라고 하여 처음에는 작물이었거나, 화단의 풀꽃이었던 식물이 도망가서 잡초 취급을 받는 사례도 있다. 잡초는 아무 식물이나 잡초가 되는 게 아니다. 종자식물 수천 종 중에 잡초로 분류되는 것은 수백 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세상에 그냥 되는 건 없나 보다. 잡초가 될 수 있는 성질을 잡초성(Weediness)라고 하는데, 그중 몇 가지 특성을 보면 영양 성장이 빠르며 꽃을 피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생육이 가능한 한 오랜 기간에 걸쳐 씨앗을 생산한다는 것 등이다.
식물의 씨앗이 발아(發芽)하는 데에는 물, 산소, 온도가 필요하다. 잡초를 포함한 야생식물은 씨앗이 무르익어도 바로 싹을 틔우지 않는다. 이처럼 발육을 멈추는 것을 휴면(休眠)이라고 한다. 어떤 잡초의 씨앗은 껍질이 두꺼워 오랜 세월 견딜 수 있는 것도 있고, 씨앗이 발아하는 전략을 달리하는 경우도 많다. 씨앗에서 뿌리나 싹이 나오는 것을 발아라고 하고, 싹이 땅 위로 나오는 것을 출아(出芽)라고 한다. 추운 겨울을 겪어야 싹을 틔우는 것을 춘화현상(Vernalization)이라고 하는데, 잡초도 이러한 겨울을 겪은 후에야 싹을 틔운다. 가끔 계절을 잊고 꽃을 피우는 경우를 보게 되지만, 가을 날씨와 봄 날씨가 유사함에도 봄에 싹을 틔우는 이유는 추운 겨울이 기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잡초는 빛에 따라 다른 발아 전략을 쓴다. 일명 광발아성(光發芽性)이라고 하여 빛에 따라 발아 전략을 달리한다. 빛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식물체는 파란색과 붉은색의 빛은 받아들이고 그 중간 정도인 녹색광은 반사한다. 그래서 나뭇잎이 녹색으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잡초 씨앗에 적색광(Red)을 비추면 종자가 발아하지만, 원적색광(Far Red)을 비추면 식물은 그대로 휴면 상태를 유지한다. 적색광은 다른 식물의 엽록소에 의해 흡수되지만, 원적색광은 다른 잎에 의해 반사되기 때문에, 땅에 있는 씨앗 입장에서는 원적색광이 닿는다는 것은 씨앗 위의 식물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발아를 하지 않는 전략을 쓴다. 그 외에 낮의 길이, 온도 등으로 발아 시기를 감지하기도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잡초는 농업 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데, 선진국에서는 농업 생산에서 5%의 손실을 일으키고, 중진국에서는 10%의 손실을, 저개발국에서는 25%의 손실을 발생시킨다는 통계가 있다. 인도에서는 잡초로 인한 수확 손실이 해충과 질병으로 인한 손실보다 많다는 보고서도 있다. 잡초로 인한 수확 손실은 작물에 따라 다르지만, 무조건 나쁜 영향만 미치지 않고 순기능도 많이 한다. 잡초는 토양의 습도를 유지하고, 화학비료와 같은 관행농법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침식을 방지하는가 하면, 영양분의 하천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다. 해충의 천적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토양의 성분이 산성인지 알칼리성인지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하기도 한다.
한편 헤어리베치, 자운영과 같은 콩과 식물은 질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재배하다가 농작물을 심기 전에 땅을 갈게 되면 질소 비료를 시비한 효과가 있다. 이것을 녹비작물이라고 한다. 잡초의 뿌리가 땅속으로 공기를 통하게 하고, 땅속 유기물을 빨아올리고 죽게 되면 그 자체가 유기물 비료가 된다. 또한 잡초는 탄소를 식물 몸속에 저장하여 탄소를 흡수하고, 땅속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주위에 흔한 잡초인 바랭이는 줄기를 뻗으면서 마디를 만든다. 성장하기도 바쁜데 마디를 만들면서 크는 것은 낭비로 여길 수 있지만 키만 커서는 쉽게 부러지기 때문에 매듭을 만들면서 성장한다. 마치 갈대나 대나무가 속이 비었지만 잘 부러지지 않는 이유가 마로 마디가 있기 때문인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도 성장하면서 매듭을 지으면서 성장해야 외부의 흔들림에도 잘 버틸 수 있다.
지구의 입장에서 오히려 인간이 잡초일 수 있다. 인간이 지구의 피부를 파헤쳐놓으면 그것을 봉합하는 대부분의 몫은 잡초가 한다. 핵폭발 현장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이 쇠뜨기와 같은 잡초이듯이, 잡초가 자리를 잡고, 그것이 썩어 영양분이 되어 결국에는 비옥한 토양과 숲이 만들어진다. 누군가의 말처럼 잡초는 식물계의 적십자와 같고, 대지의 반창고이자 항생물질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인간이 만든 상처를 잡초가 반창고를 덧대는 과정이 잡초와의 전쟁이지 않나 싶다.
알면 약초, 모르면 잡초다.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라는 랠프 왈도 에머슨의 말처럼, 그 가치를 모를 뿐, 그 가치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지 잡초가 아니다. 이름 없이 살다 지는 풀이지만 살아내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과 전략은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다. 인간이 자연을 초월한 우월한 존재라 할 수 없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늘 겸손한 생태 중심주의 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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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소개
상담학박사, 숲생태심리학자, 키친가든 작가, 스토리 마이너, 국가기술자격(수목치료기술자, 조경기능사, 이용사), 숲해설가, 숲사랑지도원, 직업상담사(실기 진행중), 도시농업관리사, 공인중개사, 사회복지사(1급), 요양보호사(1급), 바리스타, 부동산공경매사, 청소년지도사, 심리상담사, 노인심리상담사, 긍정심리학전문강사, 재무설계사(AFPK), 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여신심사역, 신용관리사(국가공인), 경영지도사(마케팅), TOEIC 885점, 평생교육사, 창업지도사(삼일회계법인),매일경제, 동아일보 등 200여 편 기고, 저서(SNS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성공을 부르는 SNS 마케팅, 단 하나의 질문,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팬데믹 시대, 멈춰진 시간들의 의미)등
강의분야
경영학개론/조직심리학/심리학개론/마케팅원론/ 소비자행동론/귀농귀촌의 이해/농업법률/실전 농지 & 농가 구입 실패 사례/ 로컬푸드와 생명으로 돌아가기/숲치유/산림치유/ 농촌관광/MZ세대 슬기로운 직장생활/은퇴 후 자아 통합감 찾기/퍼스널 브랜딩/브랜드 정체성과 조직시민행동/협동조합 이해와 정체성/사회적 경제의 이해/청소년 진로탐색/앱을 활용한 스마트 워킹/SNS 홍보 마케팅/바로 써먹는 심리학/ 노인심리상담의 이해/부동산 재테크(실천)/부동산 공경매/ 농업세무/재무설계/공무원 및 일반인 은퇴설계/써드 에이지 노후 준비/재미있는 나무 이야기/숲해설 기법/화가 고흐 인문학/식탁위의 인문학/음식과건강/숲해설 방법 등
강사약력
농식품부 귀농귀촌전문강사, 농식품교육문화정보원 영농네비게이터, 의왕시 바르게살기협의회 부회장, 現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現 강원종합뉴스 논설위원,現 한국키르기스스탄 협력위원회 농림분과 위원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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