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란기 여성은 마초남에게 끌린다?
이슈토크 | 2014.02.13 10:39
섹스하고 싶은 사람의 매력, 이런 게 진화론적인 관 점에선 몸 안에 프로그램 되어 있다고 한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과거의 나는 데이트 상대를 고를 때 남자의 취향이 중요했다. 예를 들어 나와 좋아하는 취향이 비슷하 거나 혹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에 관심이 많 은 남자, 그러니까 대화가 통하는 남자가 이상형이 었다. 지금? 대화 통하는 놈들에게 호되게 당하는 연애를 해봐서일까. 흔히들 말하는 똑똑하고 취향 좋은 남자들의 잘난 척이 듣기 싫어 죽겠다. 그런 남자들 치고 여자를 오롯이 사랑할 줄 아는 남자는 단언컨대, 없었다. 끊임없이 관계에 계산기를 들이 댔고, 자기가 상처 입을 것 같으면 먼저 발뺌을 시 도했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정반대 성향의 남자들 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 누가 봐도 남자답고 우직 해 보이는 스타일, 속된 말로 외양은 마초 같으면서 수다스럽지 않으면 더 땡큐다. 사람의 이상형이라는 게 이렇게 확 바뀔 수 있는 걸 까? 가끔 나도 바뀐 내 이상형에 깜짝 놀란다. 결혼 해 애 낳고 잘 살고 있는 후배에게 내 얘기를 하니 아주 단언하듯 말한다. “선배 자궁이 애를 불러서 그래!” 헉, 자궁이 애를 불러? 후배가 말하고자 하 는 의도는 간단했다. 나이가 들어 임신할 수 있는 시간이 계속 촉박해지니까 이성이나 감성보다는 몸이 당기는, 그러니까 섹스하고 싶은 남자 쪽으로 남자를 보는 눈이 바뀐다는 거다. 후배의 말을 듣 고, ‘깔깔깔’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어쩌면 틀리지 않은 분석이다 싶어 눈물이 찔끔했다. 바로 그런 마음일 때 접하게 된 책이 <진화의 선물, 사랑의 작동 원리>(샤론 모알렘 지음, 상상의 숲)다 .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더 나은 후손 을 계승하려는 인간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남 녀 모두 더 나은 유전형질을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이성에게 마음이 끌린다는 것. 특히 배란기의 여성 은 마초적인 남성에게 더 끌리는 반면, 비(非) 배란 기의 여성은 좀 더 가정적이고 자녀 양육을 잘 도와 줄 것 같은 부드러운 외양의 남성에게 끌린다고 한 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초남에게 마음이 끌렸던 여성 조상들이 자식을 낳았고, 그 자식은 짝을 유혹 하고 자손을 낳는 데 더욱 성공해서다. 그러니까 후배 말이 맞았다. 임신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해, 그러니까 ‘내 자궁이 애를 불러서’ 남자 보는 눈이 바뀐 거다. 실소가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흥미진 진하고도 신묘한 이야기가 이 책에선 줄줄이 나온 다. 그중 가장 재미난 부분은 여자들이 후각을 이 용해 더 나은 형질의 유전자를 줄 수 있는 남자를 선택한다는 것. 스위스 로잔대학교의 생물학자 클라우스 베데킨드 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44명의 남성들에게 새 셔츠를 주고는 셔츠에 그들의 땀과 냄새가 확실 히 배도록 이틀간 그 셔츠를 입고 자라고 했다. 그 런 다음, 여성들에게 남자들이 입었던 셔츠의 냄새 를 맡은 뒤 끌리는 정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이 실 험을 여러 차례 되풀이한 결과 여성들은 자신의 면 역체계와 다른 면역체계를 가진 남성이 입은 셔츠 의 냄새에 더 끌렸다는 걸 발견하게 됐다. 미래의 자식이 가장 강력한 면역체계를 가질 수 있도록 여 자들은 자동적으로 자신의 면역체계와 다른 남자 를 냄새로 알아보고 선택한다는 거다. 더 나은 형 질의 DNA를 갖춘 후손을 갖기 위해 본능적으로 이 런 능력이 여자에게 프로그램화 돼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그리고 동시에 자괴감도 들었다. 이 실험에 따르면 짝을 찾는 능력은 본능이라는 말 인데, 알맞은 배우자를 선택하지 못하는 나는 뭔가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 책은 웃기게도 병 주고 약 주듯 나를 위로했다. “좋은 소식은 당신의 독특한 체취를 좋아할 사람은 항상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냄새가 매력적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냄새를 맡는 사람의 유전자 구성에 달려 있고, 유전자의 다양성 은 매우 크기 때문에, 당신의 냄새는 많은 배우자감 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내가 결혼을 해 아이를 낳지 못한 건 내가 덜 떨어져서가 아니라, 아직 면역학적으로 나와 유 전자 구성이 다른 남자를 못 찾은 것 때문이다. 비 굴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갖지 않은 것으로 정리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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