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뜻하는 식(食)이라는 한자를 보면 사람 인(人)과 어질 량(良)이 같이 있다. 음식은 자고로 사람을 이롭게 해야 하는 것인데 정작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때는 좋은 기름을 찾아 다니지만, 정작 몸의 에너지인 음식 먹을 때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한 끼 때우는 수단이고, 요즘은 이 마저도 귀찮아 굶기 일쑤다.
‘우리가 먹는 것이 삼대 간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몸은 유전적으로 3대 전의 조상이 먹었던 음식에 의해 만들어져 있고, 우리가 먹는 음식이 3대 후의 손자·손녀의 몸을 만든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말이다. 유전자는 먹는 음식에 따라 나쁜 유전자가 발현될 수도 있고, 좋은 유전자가 발현될 수도 있다는 ‘후생유전학’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말이기도 하다. 결국 음식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음식을 만든다. 하지만 음식이 사람을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 잘못된 식습관·식생활에 의해 당뇨병, 고혈압 등 각종 생활습관병, 즉 비전염성 질병이 많이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과 생활습관병과의 연관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 파푸아뉴기니,나우루공화국,그리고 미크로네시아는 사회가 서구화되면서 사냥과 전통음식 대신 가공식품·패스트푸드와 같은 편의주의적인 식습관을 선호하면서 당뇨병 발병률 세계 최고 수준이 이르렀다.
학자들은 이러한 발병 양상은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식습관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전학적으로 보면 ‘검약 유전자(thrifty genotype)’와 관련이 있다. 이 유전자는 사냥감이 부족했던 시기, 적은 양의 음식이 몸에 들어오더라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비축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현대와 같이 고칼로리·고지방 음식에도 같은 역할을 하면서 에너지가 과다 비축되면서 비만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암협회지가 밝힌 암 발생 원인별 기여율을 보더라도 음식이 35%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남자는 위암과 대장암, 여자는 갑상샘암과 위암이 늘고 있다. 음식과 관련된 암이 늘고 있는데, 위의 사례를 통해 서구화된 음식이 생활습관병의 일부 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주곡인 쌀의 자급이 이루어진 해가 1977년이다. 인류역사가 200만 년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37년 동안만 먹을거리 걱정 없이 살고 있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의 몸에도 검약 유전자가 세팅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잘살고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전통적인 음식은 외면한 채 각종 패스트푸드, 설탕음료에 익숙해지면서 각종 질병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시골학생의 비만율이 도시학생의 비만율보다 높다는 결과가 있었다. 원인 중 하나는 시골 학생들이 도시 학생들보다 패스트 푸드와 같은 서구식 음식에 노출되기 시작한 시기가 최근이기 때문이다. 음식이 모든 병의 근원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음식이 병이되지 않으려면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음식을 먹고, 지역마다 고유한 식습관을 따라야 한다.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인 김치, 암을 예방한다는 청국장과 같은 장류 음식 등 몸에 좋은 음식이 많다. 그러한 음식이 우리 몸과 궁합도 맞다. 히포크라테스는 “음식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고 했다. 우리가 먹는 한 끼가 우리의 후손의 유전형질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우리 땅에서 나는 농산물이 곧 건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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