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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2014년 23번째]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캐롤 드웩 교수는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에는 ‘고정형 사고방식’과 ‘성장형 사고방식’이 있다고 한다. 고정형 사고방식은 자신의 능력이 고정돼 있다고 믿고, 자신의 능력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성장형 사고방식은 ‘능력이란 근육과 같다’고 생각하고, 연습과 훈련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지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져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최근 이러한 주장과 사뭇 다른 내용의 뉴욕타임스 보도가 있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심리학과 자크 햄브릭 교수 등의 연구 결과 “능력은 노력보다는 타고난 재능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노력(연습)이 수행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게임은 26%, 음악은 21%, 체육은 18%였으며, 공부는 4% 정도였다. 우리는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0여 년을 연습하면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믿어왔다. 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의 ‘재능논쟁의 사례 A’ 보고서에 처음 소개된 이 법칙은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를 통해 잘 알려졌으며,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 교수가 “특정 분야에 1만 시간만 연습을 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타고난 능력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며 젊은 나이부터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연구 결과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은 틀린 말일까. 한편으로 선천적인 재능에 따라 능력이 결정되고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라면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는 별다른 노력 없이 전문가가 된 것일까.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독일의 생물학자인 리비히의 이름을 딴 ‘리비히의 법칙(Liebig’s Low)’이라는 것이 있다. 식물이 성장하는데 있어 아무리 풍부한 원소를 갖고 있더라도 부족한 원소가 있다면 그 원소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최대가 아니라 ‘최소’가 성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되는 것도 이와 같다. 앞서 말했듯이 노력이 공부에 미치는 영향이 4%밖에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작은 부분인 노력을 게을리 하면 타고난 재능이 있더라도 전문가가 될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결정되었다면 노력하지 않게 되고, 체념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고시원에서 또는 도서관에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훌륭한 스포츠맨이 되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노력과 연습이 재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내용으로 상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