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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 코칭

사회정서적 선택이론

15년 후, 카스텐슨 교수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기초로 해서 하나의 가설을 만들었다.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어 하는지는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가설이다.

젊고 건강할 때는 자신이 영원히 살 것처럼 믿는다. 가지고 있는 기능과 능력을 잃을까 봐 걱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세상은 네 손 안에 있다." , "마음만 먹으면 못 해낼 일이 없다.” 젊은이들은 현재의 즐거움을 기꺼이 뒤로 미룬다. 이를테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술과 자원을 얻는 데 몇 년이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들은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더 큰 물결에 사회적 관계를 넓히는 일에 더 몰두한다. 삶의 시야와 한계를 몇 십년 단위로 판단할 때, 어쩌면 인간에게는 그것이 무한한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이때 우리는 매슬로의 피라미드에서 맨 위에 자리 성취감, 창의성, 그리고 자아 실현에 필요한 여러 속성들을 추구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삶의 시야가 축소되어 눈앞의 미래가 불확실하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삶의 초점은 지금, 여기로 변화하게 된다. 일상의 기쁨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로 옮겨 가게 되는 것이다.

#카스텐슨 교수는 자신의 가설에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이라는 난해한 이름을 붙였다. 쉽게 말하자면 관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녀는 이 개념을 시험하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고안해 냈다. 그중 한 실험은 23세에서 66세 사이의 성인 남자를대상으로 했다. 일부는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중 몇 사람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위독한 상태였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 알 만한 사람들에 관해 묘사한 카드들을 받았다. 거기에는 가족에서부터 읽은 책의 저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서적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묘사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참여자들로 하여금 30분쯤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은 사람을 순서대로 배열하도록 했다. 보통의 경우 조사 대상의 나이가 어릴수록 정서적으로 가까운 사람보다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있거나 새로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나 몸이 아픈 사람들은 나이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에이즈에 감염된 젊은이의 선호도는 나이든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카스텐슨 교수는 자신의 이론에 있을지도 모르는 허점을 찾기 위해 애썼다. 또 다른 실험에서 그녀의 연구 팀은 8세에서 93세에 이르는 건강한 사람들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이무 전제 없이 그냥 30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으냐는 질문에서는 나이에 따른 선호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그러나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게 될 상황을 상상하라고 한 다음 똑같은 질문을 하자 나이에 따른 차이가 사라졌다. 어린이든 젊은이든 노인들과 같은 대답을 고른 것이다. 그런 다음 연구 팀이 조사 대상자들에게 의학계에서 획기적인 발견이 이루어져서 수명이 20년 늘어났다고 상상하며 질문에 답하라고 하자 다시 한 번 나이 차이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같은 선택을 했다.

문화적 차이도 별 의미가 없었다. 홍콩에서 한 조사 결과는 미국에서 나온 결과와 동일했다. 중요한 것은 관점이었다. 우연히도 연구팀이 홍콩에서 조사를 한 지 1년이 지난 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사람들은 중국 정부가 홍콩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자신과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굉장히 불안해했다.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 연구 팀은 같은 조사를 되풀이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은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좁혔고, 젊은이나 노인 사이의 차이가 사라져 있었다. 홍콩 이양 1년 후, 불안감이 상당 부분 가라앉았을 때 연구 팀은 다시 한 번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나이에 따른 차이가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9.11 테러 직후 미국에서, 2003년 봄 사스 전염병이 창궐해 몇 주 만에 300명이 목숨을 잃은 홍콩에서 또다시 같은 조사를 했다. 연구 팀의 표현을 빌리지면 “생명의 덧없음을 두드러지게 느낄 때"면 삶의 목표와 동기가 완전히 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관점인 것이다.

-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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