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UNIST 교수
둘째, 바쁜 일상과 게으름뱅이 경제(Busy, lazy economy)의 발전이다. 게을러지고자 하는 욕망이 새로운 소비 미학으로 탄생하고 있다. 현대의 편리한 기술을 기반으로 안락함을 즐기는 심리가 소비로 이어진다. 스마트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하고 쿠팡의 급성장도 유도했다. 어디 그뿐인가. 좀 덜 게으른 이들은 집 주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대형마트보다 선호한다. SSM이 근거리 쇼핑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포장, 신선식품, 1시간 내 배송서비스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들인다.
온라인 쇼핑몰로 유명한 아마존은 식료품 시장에서의 돌파구를 위해 슈퍼마켓에 집중해 왔다. 플랫폼에 판매자가 너무 많으면 판매자 간 경쟁이 치열해진다. 구매자도 어떤 판매자를 선택해야 할지 어려워져 부정적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아마존은 더 나은 선택지를 갖고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적절한 수의 제품 큐레이션을 하려고 한다. 소비자의 눈 피로를 생각해 유튜브 쇼츠 같은 영상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 같다.
넷째, 좀 괜찮은 ‘나도 경제’(Decent, ditto economy)의 진화이다. 1990년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에서 패트릭 스웨이지가 “사랑해”라고 하자 데미 무어는 “Ditto(나도)”라고 말한다. 이에 착안한 디토 소비는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유통 채널 등을 추종해 제품을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의미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신은 운동화 스케쳐스가 GS샵에서 누적 매출 1200억원을 달성했다. 디토 소비는 다른 사람의 패션, 좋아하는 음식, 화장품이나 생필품을 모방하는 ‘손민수하기’를 넘어 주체적인 나를 당당히 지향한다.
다섯째, 불황 속에 살아남는 짠돌이 경제(Economical, down economy)는 계속된다. 필요한 식료품이 앱에서 원하는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산다. 외식비와 식료품 배달비부터 줄이자 외식과 배달업계는 파격적 할인 행사로 소비자 눈길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래도 불황 때 3만~4만원 정도 하는 명품 립스틱이 잘 팔린다고 했다. 스스로를 위안하는 작은 사치는 여전히 큰 의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어려워져도 희망이란 감정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은 원래 기(氣), 흥(興), 정(情)을 즐긴 멋진 민족이었다. 어려울수록 소비의 기저인 감정을 읽고 현명한 사업 계획을 짜는 것이 크게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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