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1964년 파푸아뉴기니에서 연구를 시작할 당시, 뉴기니 사람들의 체형에 감탄했다. 50㎏ 남짓한 호리호리한 몸매에 하나같이 근육질이어서 모두가 경량급 보디빌더처럼 보였다. 뉴기니 병원기록과 건강진단 내역을 확인했더니 뉴기니 주민들은 비전염성 질병(당뇨,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과 심혈관 질환, 암 등)을 거의 앓지 않았다. 70∼80대까지 장수한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지 않았으니, 짧은 평균 수명을 이유로 들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들이 질병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질병은 문명사회에서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지 않는 것들, 호흡기 감염이나 말라리아, 위장관 감염으로 인한 설사, 기생충 감염, 영양부족 등이었다. 다시 말해 서구사회가 이미 정복한 질병들이 그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후 재레드가 다시 찾은 뉴기니는 완전히 달라졌다.
서구식 식생활 습관과 생활방식이 급속히 침투하면서 그들의 생활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수많은 뉴기니인들은 전문직에 종사하며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비만과 과체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새로운 질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뉴기니의 와니겔라 부족의 당뇨병 유병률은 37%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뉴기니만 그런 것이 아니다. 관광산업 등으로 갑자기 부유해진 섬나라, 나우루공화국이나 모리셔스 등의 당뇨 유병률도 15%를 넘는다. 선진국으로 이민을 간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비전염성 질병 유병률은 고국의 주민들보다 훨씬 높다. 같은 나라에서도 도시로 이주한 농촌 주민들의 유병률이 대체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서구의 학자들은 이런 사례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인류 진화적 관점에서 비전염성 질병의 확산 원인을 규명하려고 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구석기시대 식습관에 적응된 우리 몸의 유전적 구조와, 현재 식습관 사이의 ‘불균형’이었다. 우리 전통과도 닿아있는 듯한 ‘구석기 식습관’이 인류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박경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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