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에 대한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법정공휴일이었던 기억도 있을 것이고, 나무를 심기 위해 단체로 산에서 나무 심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옛날 초등학교 시절,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심을 나무가 없어 산에서 잘 자라던 나무를 집에다 옮겨 심은 적이 있었다.
옮겨 심었더니 그늘에서 자라던 나무가 환경이 달라서인지 금세 시들어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요즘은 지자체에서 나무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경우도 있고, 도심 농원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약간의 수고와 마음만 있으면 나무를 심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추억을 심는 것이라 생각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산에서 캐다 심은 나무에 대한 미안함이 아직도 머릿속에 있는 것을 보면 당시 경제적으로는 녹록치는 않았지만, 추억은 부자였던 것 같다. 나의 삶의 원칙 10가지 원칙 중 하나가 매년 나무를 심는 것이다.
심을 나무는 항상 의미를 생각하며 고른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꼭 유실수를 고른다. 이렇게 심어진 나무를 가지치기 할 때면 마음은 항상 자식을 키우는 듯하다. 아이들과 나무를 심을 때면 나무에 아이들의 이름을 적은 이름표를 붙여주고, 작은 명명식을 개최한다. 심은 나무와 나란히 사진을 찍는 정도지만 그 의미는 남다르다.
시간이 흘러 내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엄마, 아빠를 추억하며 찾아갈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의미를 남기는 과정이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자기를 하나씩 정리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무를 통해 의미를 남기며, 나의 마음을 하나씩 나무로 나누어 준다. 한 두 그루 심은 나무가 어느새 오십여 그루에 이르고 열매가 달릴 때면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는 장소가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나무를 심는 또 다른 이유는 그리움을 심기 위해서다. 산수유 꽃이 노랗게 필 때면 많은 사람들이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라는 시를 생각한다. ‘산수유 꽃이 필 때면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라고 앓던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사랑을 애틋하고 살갑게 노래한 것을 생각하면서 나중에 아이들도 나에 대한 그리움을 열매로 달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올해는 부모님이 나무를 고르시도록 했다. 고른 나무가 모과나무다. 이 나무는 나와 함께 성장하고 부모님의 사랑이 열매로 맺힐 것이다. 이다음 부모님의 존재가 세상에서 지워졌을 때 그리움의 기억만은 열매로 익을 듯싶다.
아동 문학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나무는 소년의 놀이터, 그네가 되어 주고, 열매를 기꺼이 내어주며 배를 만들도록 몸뚱이마저 내어 주었다. 노인이 되었을 때 남은 밑둥마저 쉴 공간으로 허락했다.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면서 비록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더라도 자식에 대한 사랑이 이렇게 헌신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물질을 남겨주기 보다는 추억과 그리움을 남겨 주려고 매년 나무를 심는다. 부모님의 그리움을 오래 간직하고 싶고, 자식이 나에 대한 그리움을 오래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임창덕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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