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가 되면 한 해에 대한 희망을 바라며 사주나 운세를 보곤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지만, 재미삼아 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대학생들이 있는 많은 곳에 타로카드로 운세를 보는 카페가 성행하고, 과학의 시대 철학관이 성업 중인 것을 보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요즘은 신문을 통해 운세에 관한 정보를 쉽게 접한다. 그런데 이러한 운세나 점괘, 혈액형별 성격 풀이가 자기 자신을 꼬집어 얘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누구나 받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고 한다. 어떤 운세가 마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인 양 느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보편적인 특징을 마치 자기를 말하고 있는 듯이 받아들이는 것을 일컫는다. 이 용어는 19세기 말 곡예단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사람들의 성격을 잘 알아냈던 바넘이라는 마술사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러한 운세나 점괘가 과학적이냐 아니냐를 떠나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내용은 강화하고, 부정적인 내용은 조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 해의 운세를 연초에 알아보려는 경향이 많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운세에 따라 사람을 사귀고 결혼한다는 얘기가 종종 들리는 것을 보면서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의식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의 방향은 마음먹기에 따라 바뀌고, 삶을 위대하거나 왜소하게 만드는 것은 스스로의 생각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 자신이 바라보지 말고, 자신의 색깔과 개성이 다른 사람의 입맛에 의해 포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느덧 갑오년 한 해의 첫 출발점에 서있다. 사람은 시간이라는 인위적으로 그어진 선 위에서 계획하고 반성하며 매듭을 묶어 나간다. 그러면서 반성과 깨달음을 통해 새로운 유산들을 만들어 간다. 처음과 끝은 맞닿아 있지만 너무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에 연연하는 삶은 오늘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오늘은 선물이고 몇 십년을 살아도 오늘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밖에 없다는 말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올 한 해 해를 넘기면서 후회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정채봉 시인의 ‘첫마음’이라는 시를 보면,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살고,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었던 첫마음과 같은 설렘을 잃지 않는다면 항상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질 것이라 얘기하고 있다.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고 일년의 시작은 연초에 있다. 성공적인 삶은 타인의 손에 이끌리거나 휩쓸리지 않고, 내가 원했던 애초의 계획대로 나의 노력에 의해 성취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첫마음으로 새로운 도약을 하는 활기찬 한 해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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