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독일 철학의 아버지로 꼽히는 칸트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를 알기 위해 3가지 물음을 제시했다.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바라도 되는가?' 가 그것이다. 이 중 첫 번째 물음에 대한 답이 순수이성비판이다. 질문에서 알 수 있듯이 칸트는 인간의 인식 능력 자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대상을 바라보던 시선을 대상을 바라보는 '우리'로 돌려서, '인식 내용'이 아니라 '인식 능력 자체'를 검토하고 인간이 알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한 것이 칸트 사상의 핵심이다.
본론
1. 정의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여러 단어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는데 이는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가독성을 위해 용어의 정의를 미리 이해하고 가는 것이 좋다. ‘감성’은 대상으로부터 촉발되는 표상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수용성으로, 직관, 지각이라고도 표현된다. ‘오성’은 지성이라고도 하며, 표상 자신을 산출하는 능력이다. 즉 감성이 받아들인 지각을 사유하는 인식의 자발성을 뜻한다. ‘이성’은 초감성적인 것을 사유하는 능력이다. ‘선험적’이란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며 ‘순수 이성’은 사물을 오직 선천적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는 원리를 내포하고 있는 이성이다.
2. 형이상학의 싸움터
‘나의 인식의 한계는 다섯 감각이 만들어내는 경험에 의해 정해지는가, 혹은 오성의 영역에 속하는가?’ 라는 의문은 철학사에서 항상 존재했다. 칸트의 사상이 생기기 이전에는 참된 인식을 얻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두 가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a. 합리론
합리론에 따르면 감각 경험이 아니라 이성이 진술하는 것만이 진리이며 형이상학은 이성의 활동으로 가능하다. 또한 모순율을 이해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선천적인 능력이므로 모든 인간은 동일한 진리를 받아들인다. 합리론의 대표자는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볼프이다.
b. 경험론
경험론에 따르면 경험만이 모든 인식의 원천이며 감각 속에 없는 것은 오성 속에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형이상
학은 불가능하다. 감각 경험은 결코 완결될 수 없기 때문에 진리는 존재할 수 없다. 경험론의 대표자는 홉스, 로크, 흄이다.
c. 칸트가 제시한 방법: 합리론과 경험론의 통합
칸트는 합리론과 경험론 모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합리론은 논리적으로 모순만 없으면 모든 것을 진리로 여기며 경험의 역할을 간과하므로 칸트는 이를 독단주의라고 비판한다. 칸트 역시 경험과 함께 우리의 인식이 시작된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한편 경험론은 확실한 지식을 보장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때 칸트는 합리론과 경험론의 장점을 취합하여 두 입장을 화해시킬 과제를 내세운다. 그리고 이 과제를 위해 인식을 하는 인간 사고 전체가 정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순수이성비판의 ‘비판’은 잘못된 것을 지적한다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조사, 검사’의 의미이다.

3. 선험적 종합 판단
칸트의 비판철학이 해결하려는 첫 번째 과제는 합리적이고 확실한 형식에 기초하면서도 내용을 지닌 판단, 즉 합리론과 경험론의 장점만을 갖춘 판단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해명하는 것이었다. 칸트는 이를 위해 사고 작용인 판단을 주어와 술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따라 '분석 판단'과 '종합 판단' 두 가지로 구분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험적 종합판단'이라는 개념을 완성한다.
a. 분석 판단
“a는 b이다.” 라는 명제가 있을 때, 분석판단은 술어 b가 개념a에 암암리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술어를 통해 주어의 개념에 무엇을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주어의 개념을 분석해 부분 개념으로 분해하는 데 불과하며 이 부분 개념은 이미 주어진 개념 속에 사고되어져 있기 때문에 '설명판단' 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판단은 경험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으므로 모든 분석 판단은 동시에 선천적 판단이고 따라서 보편성과 엄밀한 필연성을 지닌다. 예를 들면 “백마는 흰 말이다.” 라는 문장에서 술어인 흰 말은 주어인 백마와 같은 의미에 불과하며 추가적인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석판단이며 백마는 보편적이고 필연적으로 흰 말일 수밖에 없다.
내용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이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나타내는 핵심으로 가장 유명한 대목이다. 감성이 없으면 대상은 주어지지 않을 것이고 오성이 없으면 대상은 절대로 생각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5. 전체 설계도
칸트는 스스로 순수이성비판의 차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가독성을 위해 앞으로 살펴볼 내용 중 가장 중요하고, 순수이성비판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선험적 원리론을 재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관철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개가 보는 세계와 인간이 보는 세계는 다르지만 각각 자기의 세계가 옳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인간이 개보다 더 이성적으로 우월한 종이므로, 혹은 인간이 더 개체 수가 많아서 인간의 관점에서 보는 세계가 옳은 것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현실에서 나타나는 종교 갈등,
이념 갈등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허무한 것을 가지고 수백,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어가는 형국에 칸트의 철학이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의로 객관적 세계를 상정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지금, 보편적 윤리관에서 누가 봐도 악이 될 수밖에 없는 이념에 대해서만 예외로 한다면 서로 다른 세계를 존중해야 한다는 근거를 칸트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