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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가장 잔인한 이유

한국농촌희망연구원장 2014. 4. 1. 08:21

 

   
▲ 임창덕

경영지도사

임진년 한해가 벌써 4분의 1이 지나갔다. 새로운 마음으로 정초 산에 오른 것이 엇그제 같은데 벌써 4월이다. 이젠 봄 기운도 완연해지고 겨우내 움츠린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볼 때면 삶의 의욕이 저절로 생겨나는 찬란한 계절이 왔다. 그런데 영국 시인 엘리어트는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계절을 왜 역설적으로 잔인하다고 했고 그것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까? 이유야 문학적으로 해석할 일이겠지만 난 4월이 되면 주위 사람들에게 꼭 이 말을 해준다.

“4월이 가장 잔인한 이유는 생명이 탄생하는 화려한 계절이지만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되면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지금이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나는 가끔 아들, 딸을 볼 때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키우는 재미도 느끼며 이런 모습 저런 모습 보면서 키웠지만 인간의 숙명처럼 우리 아이들의 삶도 우리네 삶처럼 죽음이라는 끝이 있음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아름답게 태어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지만 결국 내가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 하고 그리고 누군가를 떠나게 되는 시작인 것을 안다면 바로 태어나는 순간이 가장 잔인한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도 이와 같다. 사랑은 헤어짐을 전제로 만나게 된다. 그래서 사랑이 잔인한 것은 그것이 이혼이든 무엇이든 결국 누군가의 가슴에 묻어야 하는 가슴 아픈 시작이기 때문이다.

문득 시인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생각난다. 이 시에서 피면 곧 지고말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다. 떨어질 것을 알지만 기다리는 것이다. 비록 봄을 여읜 슬픔이 있더라도 말이다. 끝을 알지만 시작을 기다리는 것이다. 따뜻한 봄날 피어날 꽃들이 피기를 기다리고 그 모습을 즐기지만 우리는 그 끝이 있음을 안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 오고 꽃들이 피기를 또 다시 기다린다. 또 지게 될 것을 알면서 말이다. 그래서 4월은 가장 잔인한 것 같다. 모든 것의 시작이 곧 끝임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