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

[2014-11st-1 기고문]우리는 너무 빨리 달려가고 있다

한국농촌희망연구원장 2014. 4. 30. 09:52

 

 

2006년 영국 허트포드셔대학 리차드 와이즈만 교수는 세계 주요 도시의 걷는 속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1994년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로버트 레빈 교수의 실험을 반복한 것이었다. 레빈교수는 세계 주요 도시 보행자의 걷는 속도가 다른 행동지표와 연관되어 있다고 하면서 사람이 빨리 움직일수록 타인을 도와줄 가능성이 적어진다고 했다. 조사결과 평균 걷는 속도가 10년 전보다 10% 빨라졌다고 했다. 특히 경제 성장이 빠른 도시의 보행자들의 걸음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실험국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전쟁 이후 경제 성장 속도를 보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참으로 어른이 부끄러운 사회가 되었고, 급박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더욱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차라리 선행도 필요 없으니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와이즈만 교수의 말처럼 시간을 활동적인 것에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겉으로 보이는,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에만 쏟아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정작 버려야 할 것은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를 망각해버리는 마음일 것인데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 등을 보면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누구를 믿고 따라야 할지 의문이 많이 든다.

이번 사고도 선박의 크기만 키워왔지 정작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을 키우는 데에는 소홀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다.

슬픔이 분노로 바뀌고 전 국민이 마음아파 한 적이 또 있었던가. 시기도 너무 안 좋다. 무심하게도 계절은 푸르러지지만 이런 푸른 계절을 함께할 아이들이 없다는 마음은 더더욱 아플 것이다.

이번 사고는 상상을 할 수 없이 큰 참사다. 사고 시 안전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매뉴얼만이 만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참사처럼 한 번도 없었던 낯선 상황이고, 특히 선장이라는 책임져야할 사람이 없어진 상황에서는 원천적으로 매뉴얼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해운사의 최대 수치로 배를 버린 선장을 조롱하고 있다. 훌륭한 매뉴얼이 있었다 할지라도 선장 같이 주요한 역할을 할 대상이 제대로 역할을 해주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뉴얼은 역할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 일처럼 선장이 없어진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우리사회가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만들어 나가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래서 이번 국가재난을 보면서 많은 것을 점검해야 한다. 우리는 너무나 빨리 달려가고 있다. 이젠 외양이 아닌 내면의 시스템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아픔을 같이 하고 슬픔을 나누어야 한다. 국가적인 전폭적인 지원도 물론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