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st 기고문]세월호 사고에서 배울 점은 미봉책 아닌 근본책
2006년 영국 하트퍼드셔대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는 세계 주요 도시의 걷는 속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1994년 캘리포니아주립대 로버트 레빈 교수의 실험을 반복한 것이었다. 레빈 교수는 세계 주요 도시 보행자의 걷는 속도가 다른 행동지표와 연관돼 있다고 하면서 사람이 빨리 움직일수록 타인을 도와줄 가능성이 적어진다고 했다.
조사결과 평균 걷는 속도가 10년 전보다 10% 빨라졌다고 했다. 특히 경제 성장이 빠른 도시의 보행자들의 걸음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실험국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전쟁 이후 경제 성장 속도를 보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험 결과에 대해 시간을 생산적이고 활동적인 것에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걷는 것조차 지나치게 빨라졌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참으로 어른이 부끄러운 사회가 됐고, 급박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더욱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차라리 선행도 필요 없으니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와이즈먼 교수의 말처럼 시간을 활동적인 것에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에만 쏟아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정작 버려야 할 것은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를 망각해버리는 마음일 텐데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 등을 보면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누구를 믿고 따라야 할지 의문이 든다.
이번 사고도 선박의 크기만 키워왔지 정작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을 키우는 데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서는 배를 버린 선장을 해운사의 최대 수치라고 조롱하고 있다. 훌륭한 매뉴얼이 있었다 할지라도 선장같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제대로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고쳐 나가야 할지 혼란스럽다. 미봉책이 아닌 근본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국가재난을 교훈 삼아 많은 것을 재점검해야 한다.
임창덕·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