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8번째 기고문]자연에 생채기 깊게 남기지 말아야
가끔 어릴 적 잡았던 곤충, 꺾은 꽃과 나뭇가지에 대한 미안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나이가 들면서 나의 삶 주위에 머물렀던 것들이 각별해 보이는 것은 삶의 반환점에서 느껴지는 본능과도 같은 것 같다. 이웃집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잡아 주었던 수십 마리의 잠자리, 아이들이 졸라 분양받았으나 며칠 만에 죽은 강아지 등 나의 주변에 머물다 지금은 사라진 모든 것들에 대해 뒤늦은 후회가 생긴다.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해야겠다.
침팬지 연구가로 잘 알려진 영국의 제인 구달 박사는 "우리는 살면서 자연 세계를 존중하고 그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며, 살아가는 동안 자취를 너무 깊게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지구의 모든 것들은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에 깊은 상처를 남기지 말고 잠시 왔다가 가는 것처럼 조용히 살다 떠나야 한다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 같다.
우리의 삶 자체가 생채기를 남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출퇴근하고, 다시 집으로 오기 까지 물을 더럽히고, 전기나 연료를 사용하면서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살면서 땅에 내딛는 발자국 외에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생태계에도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찾을수록 더 많은 자연이 파괴되고 오염된다. 지금의 인구가 지금처럼 소비하다가는 지구 5개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지구는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지만, 단 한사람의 '욕망'을 채우기에도 불충분하다는 말도 있다. 우리의 끝없는 욕망이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자연환경에도 깊은 생채기와 빚을 만들어 내고 있다.
법정스님은 자신의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고 하면서 다음 생에까지 '말의 빚'을 지지 않겠다고 했다. 삶 자체가 불필요한 것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빚을 지지 않기 위해 무소유를 화두로 던졌는지도 모른다. 의식적인 추론을 하지 않더라도 환경의 빚을 남기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한다. 세상에는 영원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주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이러한 어리석음에서 만들어 지는 많은 불필요한 생채기가 다음 세대에 큰 상처가 되지 않도록 환경을 보호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임창덕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