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9th 기고문]하브루타 교육과 인문학
탈무드는 유대인들의 구전율법에 후대의 해설을 덧붙인 것으로 전통과 관례 등에 관한 해설을 담고 있는 책이다. 또한 수백 년 동안 구전으로 전승돼온 내용의 모음집인 미쉬나(Mishnah)와, 미쉬나의 원론적인 내용을 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오랜 기간 토론하고 해석한 내용을 담은 '배운다'는 뜻의 게마라(Gemara)를 한데 모은 책이기도 하다. 탈무드 공부는 토론방식인 '하브루타(havruta) 교육'을 통해 이뤄진다. 상대방과 상호 질문·대답하며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유대인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이유를 이와 같은 교육방식에서 찾기 때문에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방식이 창의성 개발과 사고력 확장에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아이들과는 질문을 통해 대화를 유도하고 학교에서 가서는 질문 한 가지 이상을 꼭 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유대인 교육기관인 '예시바'의 도서관은 여느 도서관과 달리 항상 시끄럽다. 칸막이가 없어 상호 토론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으며 처음 보는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상호 토론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이런 방법은 '학습피라미드'에서 보는 것과 같이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것 보다 수십 배의 교육 효과가 있다. 배우기 위해 가르친다는 말처럼 질문과 대답이라는 상호작용 속에서 지식과 지혜는 배가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기만의 논리와 비판적 사고가 사전에 요구되기 때문에 설득력이 길러지고 협상력도 높아진다. 결론에 이르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의 통찰력도 제공하는 것이 하브루타 교육이다. 지금은 연결(Connection) 및 창조(Creation) 능력이 중요시 되는 창조경제 시대다.
새로운 것 뿐 아니라 존재하는 것에서 관점을 바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단답식이나 객관식 같은 정해진 문제는 사고를 경직시킨다. 정해진 답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만의 창의적 답을 도출하는 교육방식이 하브루타다. 요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 또는 비인기학과로 전락하고 있지만 정작 사회에서는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원인을 생각하면 우리가 왜 사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한 자아를 찾고 싶은 욕망이 표출되는 것 아닌가 싶다.
중세의 신 중심 세계관에서 르네상스를 통해 고대 인간관을 다시 계승하려는 것이 요즘 말하는 인문학의 태동인 것처럼, 사회가 요구하는 정답과 같은 삶이 아니라 자기만의 창조적 삶을 만들에 내기 위한 고민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인문학은 자연과학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인문학이 다양한 시각을 갖도록 도와주는 학문인 것처럼 하브루타 교육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시하고 사고를 고정시키지 않으며 창의적 생각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배울점과 유사점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