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활동
혁신하라 한국경제 박창기 강사님과 함께 독서모임(2012.11.17일 신촌 미즈)
한국농촌희망연구원장
2012. 11. 19. 08:49
<혁신하라 한국경제> 펴낸 박창기씨-팍스넷 설립자
정권교체기다. 국가 단위의 개혁 비전을 담은 책이 쏟아진다. 소리소문 없이 발간되었지만 주목해야 할 책은 손에 꼽힌다. 박창기씨가 지은 <혁신하라 한국경제>를 굳이 분류하자면 그 얼마 되지 않는 ‘주목해야 할 책’에 꼽힐 책이다. 박씨는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다. 서울대 식물학과(75학번)를 졸업하고 역사의 격동기인 1979년에서 1981년 사이를 군대에서 보냈다. 군 제대 후 바로 삼성그룹에 입사해 CJ제일제당 런던지점과 뉴욕지점에서 근무했다. 1995년, 미국에서 벤처사업을 시작하여 증권정보 인터넷 기업인 팍스넷을 만든 벤처 1세대다. 여기까지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그의 프로필이다. 긴급조치시대 그의 학생운동 경력은 <주간경향>의 전신인 <뉴스메이커> 지면을 통해 일부 소개되었다.
그의 이름이 다시 거론된 건 지난 2008년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 때였다. 증권가 등에서 미네르바의 ‘범인상’에 그가 일치한다고 지목하면서 벌어진 논란이었다.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미네르바와는 아무 상관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대선정국에서 그의 경력은 다시 주목을 받았다.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른 안철수 후보와 함께 브이소사이어티를 만들었다. 안 후보의 주변 유력 인사들과 그는 현재까지 공식·비공식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한국경제 개혁비전은 종전의 ‘진보’와 상당히 다른 해법이다. 왜 이 시점에 책을 냈을까. 안 후보가 내놓고 있는 혁신경제의 비전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책을 내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지난해 9월, 한 모임에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초록을 보고 창비의 백낙청 교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창비 겨울호에 2013년 체제를 두고 좌담을 하는데, 좌담자로 참석해달라는 것이다. 무명인 나로서는 영광이었다. 김기원 방통대 교수나 정태인 새사연 원장 같은 기라성 같은 학자들과 좌담을 하라고 하는데(이 좌담은 계간 창작과비평 2011년 겨울호에 ‘권력교체를 넘어 한국사회 새판짜기로’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약 1년에 걸쳐 한국경제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다.”
박씨는 책에서 경제를 이권경제, 요소경제, 혁신경제, 공공경제로 나누고 사회·경제적 계층구조를 다시 이권장악집단(G1), 이권비호집단(G2), 이권추종집단(G3), 침묵대중집단(G4)으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G1에서 G4는 각각 0.1%, 1%, 10%, 그리고 나머지 90%에 해당한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한국의 사례로부터 출발했지만, 다른 나라 경제구조 분석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박씨는 보고 있다.
책에서 언급한 이권경제, 다시 말해 지대추구(rent seeking)로 연결망 내의 발전을 설명하는 것은 사회학 쪽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이권, 렌트(rent)의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공공선택이론에서는 관세나 인허가 등 공급을 통제해 가격을 높임으로써 초과이익을 누리려는 활동을 말한다. 렌트 추구는 기업경영에서 핵심적인 목표이고 또 발전의 원동력이다. 책에서 나는 네 가지로 나눠봤는데 창조적 렌트의 경우 바람직한 행위이다. 싸이나 아이폰처럼 독보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건 장려해야 한다. 사업 인가나 면허처럼 정치적 결정에 의해 공급이 제한되는 사업에서 생기는 렌트는 정치적 렌트이고, 셋째로는 업계가 담합하여 인위적으로 공급을 제한하는 담합형 렌트, 그리고 부동산 렌트 등이다. 책을 처음에 쓸 때는 그런 개념이 없었는데 쓰다보니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게 이권장악, 비호, 추종집단의 개념이다. 이권 추종집단의 경우 인구의 약 10% 정도 되는데, 이것은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비슷하다. 대체적으로 이권집단이 강화되어 있는 나라들은 이권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나라가 처음 생겼을 때는 이런 현상이 없다가 이권집단이 생기면서 백성은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망한다. 그것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역사다. 그래서 감히 역사의 일반법칙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진 점령(Occupy)운동이 주장한 99%대 1% 사회 재편 주장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인가.
“누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을지는 모르지만 4G로 사회를 나눠 분석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여기에 이권경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i)를 더해 ‘4G+i’로 사회를 분석하면 종전과 다른 사회적 함의가 나올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갈등 사례에 대해 접근하는 시각이 다르다.
“이를테면 현대차 노조는 실제 총수입에 기반한 위계로 따지면 G3, 즉 이권 추종집단에 속한다. 그 사람들의 활동을 그렇게 열심히 옹호하는 것을 진보라고 할 수 있나.”
실사구시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4조 2교대를 도입하고 야간노동을 안 하겠다고 하지만, 일부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연봉 7000만~8000만원’이라는 이른바 귀족노조의 신화는 잔업·철야수당을 다 합쳐야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도 대의원대회에서 공식 안건으로 거론하고 있고….
“말로만 하지, 실제로 자신을 희생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나. 내가 전개한 이론에 따르면 기존 진보진영의 해법과는 많이 달라진다. 단적으로 진보진영이 흔히 제시하는 해법이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인데, 나는 틀렸다고 본다. 내수는 이권을 줄이는 개혁을 하되, 수출부문에는 창조적 렌트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고용인력이 80%가 된다고 중소기업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는데, 중소기업을 도와준다고 디센트 잡(decent Job), 이른바 ‘좋은 일자리’가 더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을 더 늘려야 한다. 핵심은 글로벌 경쟁력이다. 내수에서 대기업이 클 수 없는데, 그건 기존 재벌들이 걸림돌이다. 이를테면 자동차의 경우 현대차가국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데, 그러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협상력이 없어진다. 최소한 자동차회사도 셋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재벌은 뿌리가 이권이다. 대부분 일제시대 적산재산을 받아서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혁신기업도 했지만, 굉장히 많은 부분이 이권경제로 흘러갔다.”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시작이라는 데 현재 유력 세 후보가 인식을 같이한다.
“재벌개혁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 혁신경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부분은 정부가 더 도와주는 대신 이권경제 부분은 포기하라고 하면 된다. 이를테면 삼성의 경우 삼성생명은 포기해야 한다. 사실상 거기에 모인 돈은 따지고 보면 삼성 돈이 아니다. 카드도 마찬가지다. 그것 역시 이권산업이다.”
대선후보들에게 의견을 전달했나.
“책이 나오고 핵심 인사들에게 다 전달했다. 문재인 캠프의 경우 이정우 경제민주화 위원장에게 건넸다. 안철수 후보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출판기념회에서 만나 직접 전달했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진보진영이 스웨덴 모델을 많이 벤치마킹하는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오히려 해가 된다. 복지사회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1%다. 스웨덴 모델이 좋다고 하지만 조세부담률이 38%인데, 단시간에 그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결정적으로 스웨덴은 공정한 질서가 발달한 나라다. 테크노크라트가 정말 공익을 위해서 일한다. 우리나라는 테크노크라트가 사익을 위해 일한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이 이권집단 성격이 강하다. 우리나라에서 공공경제를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굳이 찾는다면 스웨덴보다 혁신경제가 발달한 스위스를 참고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