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1단계 협상 막바지…중국 농축산물 경쟁력은 우 채소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초민감·민감·일반 농축산물 비율을 정하는 1단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농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단계 협상이 끝나면 각 품목군에 구체적인 품목을 넣은 2단계 협상이 진행된다. 개별 농가 입장에서는 재배 품목이 초민감품목으로 분류된다면 걱정을 덜겠지만, 일반품목에 이름이 오르면 농사를 접거나 작목을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연말이나 내년 초쯤에는 ‘살생부’(협정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농축산물의 경쟁력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농업계가 한·중 FTA를 경계하는 이유는 중국이 지리적으로 워낙 가까운 데다 계절이나 작부체계까지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은 우리가 FTA를 맺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달리 한국에서 생산·소비되는 거의 모든 농축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검역 절차마저 간소화되면 아침에 수확한 중국 농산물이 저녁이면 우리 식탁에 올라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FTA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은 채소류다. 중국의 채소산업은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0년간 무·배추 생산량은 10배나 늘었고, 고추·마늘·양파·당근 등 수출 채소류는 한국산에 버금가는 품질 경쟁력을 지녔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 관세장벽을 피해가기 위해 우리나라에 반가공품 형태의 우회수출을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신선·냉장 형태의 수출을 늘리는 추세다.
건고추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태양초(양건)가 주로 생산된다. 빛깔이나 향이 한국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여년 전부터 한국의 종자와 재배기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중국산 고추는 이미 한국시장의 절반을 잠식했다. 고추장·다대기(다진양념)와 같은 가공품 원료는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일부 수출업체는 한·중 FTA를 대비해 기존의 건고추 공기세척기를 물세척기로 바꾸는 등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생산계획에 들어갔다. 현재 중국에서 수입되는 고추는 냉동고추가 건고추보다 3배가량 많다. 냉동고추 관세는 50%로 건고추 270%보다 낮다. 하지만 FTA로 관세가 철폐되면 냉동고추는 거의 전량이 건고추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수입 냉동고추를 해동한 후 건조하는 과정이 생략된다면 중국산 고추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도 “관세가 사라지면 중국산 건고추는 국내산의 4분의 1 가격에 수입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마늘도 중국의 주요 수출품목이다. 연간 수출량이 200만t에 이른다. 한국엔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의 신선냉장마늘을 주로 수출한다. 깐마늘은 현지에서의 철저한 품질관리를 거쳐 수입되는데, 결점구(손상·변질·변색)가 없고 크기가 균일해 한국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현재 수입가격은 국내산의 80~90% 수준이며, 관세가 사라지면 2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양파 재배기술은 비닐피복, 수확 후 건조, 선별 등 일본 방식을 따른다. 종자 역시 일본에서 가져다 쓴다. 최근에는 개당 무게가 1㎏에 달하는 미국산 종자가 재배되기 시작했다.
건조양파는 한국산에 견줘 당도가 낮지만 색깔과 건조 상태가 양호해 라면 수프와 혼합조미료 등의 부재료로 널리 쓰인다. 수확이 봄철에 집중된 우리와 달리 중국은 푸젠성 1~2월, 윈난성 2~4월, 산둥성 5~6월, 헤이룽장성·내몽고 8~9월, 간쑤성 9~10월로 연중 생산체제에 가깝다. 관세 철폐 때 국내 유통가격은 신선양파가 한국산의 60%, 건조양파는 25%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생산기반이 급속하게 붕괴된 당근도 우려 품목 중 하나다. 중국산 당근 수입량은 2001년 2만9000t에서 2011년에는 9만6000t으로 10년 새 3배 넘게 늘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당근 절반은 중국산이다. 현지에서 수확과 동시에 선별·저온세척 과정을 거쳐 예냉처리된 후 저온컨테이너를 통해 수입되는 신선당근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2007~2009년 중국산 세척당근의 국내 평균 유통가격은 1㎏당 879원으로 한국산 흙당근 901원과 비슷했다. 국내산 흙당근의 세척비용이 1㎏당 3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중국산이 320원 정도 싸게 유통되는 셈이다. 당근 전문 수입업체 관계자는 “당근 주산지인 샤먼지역에서는 수출용은 물론 내수용까지 전량 세척 과정을 거친다”며 “최고 품질은 북미로 나가고, 그 다음 등급이 우리나라로 수출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산 당근이 한국시장을 독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