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2초의 힘 블링크
정보를 '얇게 조각내어' 관찰한 뒤 패턴을 인식하는 과정은 우리의 무의식 영역이 순간적으로 핵심 정보를 파악해 내어 판단하는 방식과 같다. 블링크는 편견과 차별이 눈을 가릴 때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다양한 사례 분석과 자신이 경험하는 것에 대해 체계적으로 반추하고 내적 감성의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잘 학습된 합리적 사고는 안정된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가변적이고 복합적인 경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사안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제 통찰력이 있는 전문가의 시대다. 우리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은 오랜 시간을 투입할수록 성과가 좋아지리라 믿는 일종의 노동가치설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 우리가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와 첫인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알아낸 것이 가끔은 몇 달 동안 연구한 결과보다 나을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물건에 처음 눈길이 닿는 순간 '직관적인 반발(intuitive repultion)의 파동을 느꼈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의식적인 전략이다. 인지심리학자 게르트 지거렌저가 신속하고 간결한(fast and frugal) 사고라고 즐겨 부르던 방식이다. 단숨에 결론까지 도약하는 뇌의 영역을 적은 무의식(sdaptive unconsciousness) 영역이라고 한다. 인간이 오랫동안 종족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극소량의 정보를 토대로 매우 민첩하게 판단할 수 있는 별도의 의사결정 장치를 발달시킨 덕분이다. 인간의 정신은 고도의 정교한 사고를 많은 부분 무의식의 영역으로 끌어내림으로써 효율성을 높인다. 스스로 논리적으로 심사숙고하라고 가르치는 일이 가능하듯이 스스로 순간적인 판단 능력을 키우고 가르치는 일도 가능하다. 자신의 무의식적 반응을 차근차근 구체화해 관리하고 교육한 덕으로 돌리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복잡한 사정에 직면하거나 긴급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자연스레 발동하는 순간적인 인상과 결론의 내막과 기원을 다룬 책이다. 눈 깜짝하는 동안의 순간적인 판단도 수개월에 걸친 이성적인 분석만큼 가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업은 의식적이고 신중한 사고의 전형적인 사례다. 그러나 코트먼은 우리에게 얇게 조각내기(thin slicing)로 알려진 신속한 인식의 매우 중요한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얇게 조각내기는 무의식을 눈부시게 만드는 빛 들 중 하나다. 4명의 기수-방어기제, 의도적 회피, 냉소, 경멸-에만 초점을 맞춰도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알아낼 수 있다. 혜안(coup d'oeil)은 한눈에 알아차리는 힘(power of the glance)을 뜻한다. 무의식은 일종의 정신적 시종 역할. 잠긴문 저편에서 진행된 일. 의식 세계가 장벽에 막혀 있는 동안 무의식은 내내 방 안을 꼼꼼히 살피고 가능성을 세밀하게 타진하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단서를 가공했다. 그리고 답을 발견한 즉시 무의식은 그들을-조용히 확실하게-해결책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물 밑 정황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우리의 능력이다. 어찌된 일인지 외모에서 받은 첫인상에 휘둘려 이럭저럭 긁어모은 다른 모든 정보 조각들을 떠내려 보내고 만다. 완건이(lay-down). 우리의 삶에 행사하는 믿기지 않는 힘을 인정한다고 한다면 능동적인 걸음을 내디뎌 첫인상을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적의 전투 능력을 추적하기 보다는 전쟁을 만들어 내는 능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얼굴을 묘사하는 행위가 오히려 얼굴을 힘들이지 않고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조나단 스쿨러는 언어의 음영(verbal overshadowing)이라고 한다. 사람의 뇌에는 언어로 생각하는 부분인 좌뇌와 그림으로 생각하는 부분인 우뇌가 있는데 얼굴을 언어로 묘사하면 시각 메모리가 우뇌에서 좌뇌로 이동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통찰은 머릿속을 환히 밝히는 백열전구가 아니다 그것은 쉽게 꺼져버릴 수 도 있는 깜박이는 촛불이다. ESP(Extrasensory perception).DIME(Diplomatic, Informational, Military, Economic power). 소비자는 한모금 테스트 때는 더 달콤한 제품을 선호한다. 감각전이(Sensation transference)-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를 때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제품의 포장에서 받은 느낌이나 인상을 제품 자체로 전이시킨다는 이론. 시장조사의 문제점은 나쁜 것과 다른 것의 차이를 짚어내기에 너무 무딘 방법이다.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를 생각해 버린다. 그러고는 이유에 맞춰 진짜 선호도를 조정한다. 열정과 경험없이 나오는 반응은 언제나 그르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반응의 깊이가 얕을 뿐이다. 그것은 설명하기 어렵고 쉽게 교란된다. 다른 사람에 대해 내리는 판단과 다른 사람한테서 받은 인상은 신속한 인식의 가장 흔한 형태다. 얼굴에 나타나는 정보가 마음속에서 진행되는 어떤 일의 신호를 넘어 어떤 의미에서는 그 일 자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P267). 표정만으로도 자율신경계에 지정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마음으로 감정을 느낀 후에야 그 감정을 얼굴에 표현하거나 혹은 표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얼굴을 감정의 부산물로 여긴다. 우리의 의식적 표현체계는 자신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전한다. 하지만 오히려 여러 면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무의식적 표현체계다. 이는 진짜 감정을 전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발달시켜 온 방식이다. 1초도 안 되는 짦은 순간에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되면 대부분 고정관념과 편견, 심지어 지지하거나 믿지 않는 관념의 인도를 받기 쉽다. 얇게 조각을 내어 우리의 능력, 순간적인 판단 능력은 아주 비상하다. 그러나 의식 속의 거대한 컴퓨터 조차도 제대로 작동하려면 순간이나마 시간이 필요하다. 일순간 증후군(second-split syndrome). 신속한 인식 능력을 신중하게 다루는 것은 우리 무의식의 산물을 변화시키거나 훼손하는 미묘한 영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의미다. 내부요소보다는 외부환경 즉 사회의 압력이나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것은 스스로의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행동을 결정한다는 관점이 주위 환경의 지배를 받는 결과물이라는 관점으로 바뀐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장고 끝의 선택보다 더 나을 수 있다. 펩시의 도전이 그 좋은 예다. 한 모금만 맛볼 경우에는 단맛의 펩시가 우세한데 한병을 다 마실 경우에는 사정은 달라진다. 순간 판단에 의존한 코카콜라의 섣부른 결정은 회사의 미래를 망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