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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혁명

한국농촌희망연구원장 2013. 7. 19. 20:12


"사람들이/다들 도시로/이사를 가니까/촌은 쓸쓸하다/그러면 촌은 운다/촌아 울지마"

김용택의 산문집 `촌아 울지마` 중에 실린 초등학교 학생의 글입니다. 초등학교 학생의 눈에 비춰진 우리 농업`농촌의 모습입니다. 4월 22일 통계청이 내놓은 '2003년 농가경제 조사 결과’를 보면, 2003년 말 농가 부채는 2,697만1천원으로, 10년 전인 1993년(682만8천원)에 견주어 4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는 지난해 농가 연간 소득인 2,654만3천원보다 42만8천원 많은 수치입니다. 이를 반영하듯이 농촌공동체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농민들은 부채 경감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에 나설 정도로 위기상황에 있습니다.

한편 타산업 부문은 바야흐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사회 각 분야가 지식기반`디지털 시대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농업부문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농업도 이러한 새로운 전환기에 적극 합류해야만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발전의 발판을 맞이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현 단계 농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고 개방화`국제화라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 조류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의 구조를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21세기형 농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농업 스스로 농업 내부의 구조적 한계와 가능성을 정확히 인식해야 하며, 농업 및 기타 산업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변화가 미래의 농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견하는 통찰력을 가져야 합니다.

21세기형 농민과 농업이란?

농업의 전통적인 역할(식량과 원료를 생산`공급하는 기능)은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국경개방의 가속화, 과학기술의 발달, 정보화 사회, 경제발전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 생활환경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새로운 가치관 확대 등에 따라 농업과 농민들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기능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백성이라 함은 주로 농민을 말하였습니다. 그 어원을 살펴보면 (百)은 농업을 함에 있어서도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사짓는 사람은 100(많은)가지의 전문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유래하며, (姓)은 직업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농업과 관련시켜 21세기 백성의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농업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기능이 필요하지만 각각에 대한 전문적인 기능의 활용이 더욱 중요시 됩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기후 및 자연에 관한 지식으로부터 비료, 농약 등에 관한 화학적인 지식 그리고 최근에는 바이오테크놀로지, 인터넷까지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이 응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21세기에 있어서 농민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자연과학, 사회과학은 물론 인문과학 등의 새로운 지식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과거의 전통농업과는 다른 새로운 라이프 사이언스 비즈니스(Life Science Business)를 행하는 사람이 바로 21세기의 백성, 즉 21세기형 농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1세기 모든 산업의 경쟁력은 첨단기술과 정보의 접근 정도에 달려 있으며, 농업도 첨단기술의 개발과 이용 여부에 경쟁력이 좌우될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농업의 생산방식과 경영, 농산물의 가공`유통`무역, 나아가 소비자의 소비패턴까지 영향을 주게 되며, 특히 교통 및 수송수단의 발달, 정보통신 기술의 고도화, 종합 정보통신망의 구축 등은 농업경영과 유통분야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기술`경영`정보 등 지식이 농업의 경쟁력을 결정함에 따라 토지와 인력에 의존하던 농업은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종합산업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품목에 따라서는 전통적 우위요소인 자연조건이 아니라 자본과 기술, 그리고 농업종사자의 경영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미 시작 단계에 있는 제3차 농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농업과 농업인의 모습은 현재와는 크게 달라질 전망입니다.

3대 농업혁명

eat와 entertainment가 조화된 eatertainment산업이 농업

물론 농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토지 의존성이 높고 기후의 변동에 좌우되기 쉬워서 산업이나 사업으로 확장하기 어려운 특성이 분명히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토가 좁고 인건비가 비싼 우리나라에서의 농업은 전통적인 농업방식만으로는 자생력을 키우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와 같은 `within agriculture`가 아닌 다양한 분야와 연계된 종합적인 농업 비즈니스(agri-business)가 필요합니다. 즉, 농업내부의 개선이라고 하는 전통적인 틀을 뛰어넘어, 비농업 부문과의 다양한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단순한 공급측면만이 아닌 농산물의 유효수요의 확대와 이를 위한 혁신적인 발상, 예를 들면 「脫食品化」등의 발상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농산물=먹거리」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합니다. 농업을 식품, 제약, 유통, 관광, 레저 등을 포함한 관련산업과의 연계는 물론이고 예술, 문화 분야하고도 연계를 모색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 앞으로의 농업은 단순히 먹을 것을 생산하는 “eat"라는 산업에 “entertainment"가 접목된 “eatertainment"산업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앞으로의 농업은 다양한 분야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농업이 가지고 있는 기능과 가능성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농업이 갖고 있는 잠재적 경영자원을 찾아내고 도전정신을 조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또한 성공사례가 확산될 때 비로써 21세기에 걸맞는 한국농업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농업의 새로운 생태계

결국 사람입니다

최근 국내 농업의 척박한 토양에서 창의력과 기술로 승부하고자 하는 성공농업의 새 싹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농지, 시설 등의 하드 기반, 장기간 축적된 노하우에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접목되어 벤처형 농업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통 제조업체가 IT기술을 도입하여 디지털 전환(e-Transformation)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들 농업 성공사례들은 농업도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모델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들 농업의 성공 요인은 바로 사람으로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농산물을 구매해 주는 고객 즉 소비자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고객은 농업인이 만들어 내는 농산물을 무비판적으로 소비만 하는 '소비자’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고객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다 안전한 농산물의 생산과 고객 취향에 맞는 농산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 성공 농업인은 고객을 동반자라 여기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듣고 고객이 원하는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방면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고 벤치마킹을 통해 농업경영활동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본인의 경쟁력을 다른 농가와 비교하고 분석하여 남으로부터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농업 회생의 원동력은 바로 이들과 같이 남으로부터 배우는 벤치마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과거의 관행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농업생산의 효율이 낮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과거의 관행에 집착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성공한 농업인들은 미래 농업의 변화를 남보다 앞서 수용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문제점을 신속히 버리면서 창조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농업의 경쟁력이 합(合)의 개념이었습니다. 토지, 노동, 자본 등을 더했을 때 그 크기가 얼마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농업의 경쟁력은 위와 같은 고정적 요소에 정보, 아이디어, 서비스 등이 곱해지는 승(乘)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정보와 아이디어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가 고정적인 요소에 곱해질 때 부가가치를 몇 배로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농업은 노동`토지`자본 등 인적`물적 요소의 확대에 치중하는 관행농업을 탈피해 그 자체의 한계를 감안하여 아이디어와 기술, 창의력에 기초한 지식기반 농업 창출에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농업이 발전하는 지역과 쇠퇴하는 지역은 농업 관계자들의 사고방식이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즉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지역과 농가만이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술혁신 노력과 비즈니스 감각이 발달해 있는 지역과 농가는 번영하게 될 것이며, 반대로 기술혁신이나 경영합리화를 기피하는 지역일수록 농업이 쇠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선 개방화시대를 맞아 지금까지 정부에 의존해왔던 타율적인 자세에서 탈피하여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영농의사를 결정하는 농업인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신기술을 수용하여 농업현장에서 실천할 뿐 아니라 항상 세계에서 으뜸 상품을 생산한다는 프로정신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농업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정책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바로 어려운 여건을 헤쳐 나가려는 농민의 스스로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msk@s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