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입력 2024-01-10 23:30업데이트 2024-01-10 23:30

신화나 전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본질적인 지혜를 담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는 교훈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리스 신화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노래 잘 부르고 악기 잘 다루는 오르페우스가 그 주인공인데, 결혼한 지 며칠 만에 아내를 잃어, 그 마음을 노래하고 연주하자 동물들은 풀을 뜯으려 하지 않았고 신들까지 애통해할 정도였다. 보다 못한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가 저승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고, 저승의 신 하데스 역시 그 마음에 감동해 아내를 데리고 가도 좋다고 허락했다.
무심코 하는 것과는 달리 결과는 너무나 엄청난 이런 일들은 우리에게도 무심코 찾아든다. 술 마시고 비몽사몽인 정신으로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해 횡설수설하는 것도 그렇고, 몸은 자리를 물러났는데 마음은 그러지 못해 그곳을 배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거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결국 내 발등을 찧게 된다. 인연이 아니거나 끝났다면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인사 이동이나 불합격의 후유증을 감당해야 할 요즘 같은 때는 더더욱 그렇다. 불청객 불행 역시 이런 마음을 노리니 말이다. 오래전 록그룹 오아시스도 그랬지 않은가. 화난 얼굴로 뒤돌아보지 말라고(Don’t look back in anger).
심사숙고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렸거나 그 일을 시작했을 때도 그렇지만, 하루하루를 가까스로 버티고 있을 때도 조심해야 할 게 뒤돌아보고 자책하는 것이다. 하면 할수록 내 마음만 아프고 나만 손해다. 미래는 앞에 있지 뒤에 있지 않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또 다른 세상에 닿아 보면 알게 된다. 정말이지 온 마음을 뒤흔들던 것들이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거나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새해다. 앞을 보고 걸어가야 할 때다.